최근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코인베이스의 레이어2인 베이스(Base)를 강력히 옹호하면서 암호화폐 업계가 술렁였어요. 많은 사람들이 베이스의 중앙화를 비판하는데, 왜 비탈릭은 오히려 베이스를 칭찬했을까요? 사실 여기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L2의 기술적 보안 구조가 숨어있어요.
시퀀서는 중앙화됐지만 자금은 안전한 이유
레이어2(L2)는 이더리움 위에서 작동하는 고속도로 같은 거예요. 이더리움이 일반 국도라면, L2는 그 위에 만든 고속도로죠. 베이스의 시퀀서(sequencer)는 이 고속도로에서 차량 순서를 정하는 교통정리 담당자예요. 현재 코인베이스가 혼자 이 역할을 하고 있죠.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요. 코인베이스가 교통정리를 마음대로 하면 특정 차를 못 가게 막거나 순서를 바꿀 수 있지 않냐고요.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비탈릭이 주목한 건 다른 부분이었어요.
시퀀서가 할 수 있는 일:
- 거래 순서 정하기
- 특정 거래 지연시키기
- MEV(최대 추출 가능 가치) 수익 독점
시퀀서가 절대 못하는 일:
- 사용자 자금 훔치기
- 출금 막기
- 잔액 조작하기
왜 못할까요? 모든 L2 자금의 최종 통제권은 이더리움 메인넷의 스마트 계약이 쥐고 있기 때문이에요. 마치 은행 지점장이 고객 응대 순서는 정할 수 있어도, 금고에 있는 돈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죠.
강제 출금 메커니즘이라는 안전장치
베이스를 포함한 모든 정상적인 L2에는 강제 출금(force withdrawal) 기능이 있어요. 이게 뭐냐면, 시퀀서가 아무리 막으려 해도 사용자가 직접 이더리움 메인넷으로 자금을 빼낼 수 있는 비상구예요.
예를 들어볼게요. 베이스에서 100만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출금하려는데 코인베이스 시퀀서가 이를 무시한다고 가정해봐요. 이런 경우 사용자는 이더리움 메인넷에 직접 출금 요청을 제출할 수 있어요. 시퀀서가 뭐라 해도 소용없죠.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이 출금을 처리해주니까요.
낙관적 롤업(Optimistic Rollup) 방식을 쓰는 베이스는 출금 시 약 7일의 대기 기간이 있어요. 이 기간은 누군가 부정한 출금을 시도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시간이에요. 아파트 이사 나갈 때 관리사무소가 미납 요금 있는지 확인하는 기간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비탈릭이 제시한 단계별 탈중앙화 로드맵
비탈릭은 L2의 탈중앙화를 3단계로 나눴어요:
- 0단계: 완전 중앙화. 운영자가 모든 걸 통제
- 1단계: 제한적 탈중앙화. 스마트 계약이 관리하지만 비상시 위원회 개입 가능
- 1단계+: 위원회 75% 이상이 시스템 무효화 불가, 26% 이상은 외부 인사
- 2단계: 완전 탈중앙화. 스마트 계약만으로 운영
현재 베이스는 0단계와 1단계 사이쯤 있어요. 그런데 비탈릭은 이것도 괜찮다고 봤어요. 왜냐하면 사용자 자금 보호라는 핵심 기능은 이미 작동하고 있거든요.
비탈릭의 논리는 이래요. 완벽한 탈중앙화를 기다리다가 사용성 떨어지는 것보다, 일단 자금 안전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게 낫다는 거죠. 마치 자율주행차가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안전장치 갖춘 반자동 운전부터 시작하는 게 현실적인 것처럼요.
SEC 규제 우려에 대한 기술적 반박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중앙화된 L2를 거래소로 분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어요. 하지만 비탈릭은 이를 정면 반박했죠.
거래소와 L2의 결정적 차이:
- 거래소: 사용자 자금을 직접 보관 (수탁형)
- L2: 사용자가 자금 통제권 보유 (비수탁형)
베이스에서 거래할 때 코인베이스는 여러분의 자금을 갖고 있지 않아요. 자금은 이더리움 스마트 계약에 잠겨 있고, 여러분만 열쇠를 갖고 있는 거예요. 코인베이스는 그저 거래를 중계해주는 역할만 할 뿐이죠.
이건 마치 부동산 중개사와 같아요. 중개사가 거래를 주선하지만, 집 소유권은 여전히 매도자나 매수자에게 있잖아요. 중개사가 마음대로 집을 팔 수 없는 것처럼, 베이스 시퀀서도 사용자 자금을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
베이스드 롤업이라는 새로운 해결책
앞으로 베이스는 어떻게 개선될까요? 베이스드 롤업(based rollup)이라는 방식이 유력한 후보예요. 이건 시퀀서 역할을 이더리움 검증자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에요.
현재는 코인베이스 혼자 교통정리를 하지만, 베이스드 롤업이 되면 이더리움의 수천 명 검증자가 돌아가며 교통정리를 하게 돼요. 이렇게 되면 특정 기업이 L2를 통제할 수 없게 되죠.
또 다른 방법은 공유 시퀀서(shared sequencer)예요. 여러 L2가 시퀀서를 공유해서 어느 한 곳도 독점할 수 없게 만드는 거죠. 마치 여러 아파트가 경비 용역 회사를 공동으로 고용하는 것과 비슷해요.
비탈릭이 베이스를 옹호한 건 단순히 코인베이스 편을 든 게 아니에요. L2의 기술적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고, 점진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걸 설명한 거죠. 완벽을 추구하다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 핵심 안전성을 확보한 채로 발전하는 게 더 현명하다는 메시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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